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결정을 환자 본인이 직접 내렸는지, 가족이 대신 내렸는지에 따라 치료 과정과 의료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명의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같은 의료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잃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연명의료 결정의 절반 이상은 가족이 대신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행했습니다.
연구 대상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성인 환자 약 118만 명입니다.
연구진은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와 가족이 대신 작성한 경우를 비교해 치료 강도와 의료 이용 양상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연명의료 관련 문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과도 함께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가장 큰 차이는 치료 강도에서 나타났습니다.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인공호흡기 삽관이나 체외생명유지술 같은 고강도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약 30% 낮았습니다.
특히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 사망한 환자만 분석했을 때는 고강도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약 5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치료 방향을 미리 결정한 경우 불필요한 침습적 치료가 줄어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반대로 가족이 연명의료를 대신 결정한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가족이 결정한 환자는 고강도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약 2.35배 높았습니다.
이는 가족이 환자의 생명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치료 양상의 차이를 분석한 것으로, 가족의 결정이 반드시 적절하거나 부적절하다는 의미를 판단한 연구는 아닙니다.
의료비에서도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에는 하루 평균 의료비가 비교 대상보다 약 14% 낮았습니다.
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경우에는 하루 평균 의료비가 약 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강도 치료가 많아질수록 의료비 부담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연명의료는 단순히 의료비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제도입니다.
환자가 건강할 때 자신의 치료 원칙과 가치관을 미리 가족과 의료진에게 전달해 두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의사를 남기지 못한 경우에는 가족이 어려운 결정을 대신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여부는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때 미리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환자가 자신의 뜻을 사전에 남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해보면 핵심은 이겁니다.
이번 연구는 연명의료를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치료 강도와 의료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미리 밝혀두면 고강도 연명의료가 줄어들고 의료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연명의료 제도의 취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건강할 때 자신의 의료 의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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