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브루노의 ‘무수한 세계’에서 K2-18b까지
NASA는 왜 다시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나

1600년 2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철학자가 화형을 당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조르다노 브루노.

브루노는 우주가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며, 수많은 별 주변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브루노가 단순히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형됐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의 종교·철학적 사상과 신학적 견해, 우주관 등이 복합적으로 종교재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그의 우주론 역시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로부터 40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철학적 상상만으로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망원경과 우주 탐사선을 이용해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이 던지는 질문은 놀랍게도 브루노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주에 정말 우리만 존재하는가?”

외계행성 6,000개 시대가 열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태양계 밖에 행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NASA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외계행성은 2025년 9월 6,000개를 넘어섰습니다.

2026년 5월 NASA 자료에서는 확인된 외계행성이 6,270개 이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외계행성이란 태양이 아닌 다른 별을 돌고 있는 행성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모두 ‘지구형 행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목성처럼 거대한 가스 행성도 있고,

별에 너무 가까워 극도로 뜨거운 행성도 있습니다.

지구보다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은 이른바 ‘서브 넵튠’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는 천체입니다.

대표적인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주가능영역, 이른바 ‘골디락스 존’입니다.

별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 조건에 따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물론 거주가능영역에 있다고 해서 생명체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에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사해볼 가치가 높은 후보’입니다.




그런데 한 행성이 과학계를 흔들었습니다

그 행성의 이름은 K2-18b입니다.

지구에서 약 12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외계행성입니다.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하니, 현재 기술로 직접 찾아가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먼 세계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그곳에 가지 않고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별빛입니다.


행성이 자신이 돌고 있는 별 앞을 지나갈 때 일부 별빛이 행성의 대기를 통과합니다.

대기 속 분자마다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어떤 물질이 존재하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JWST입니다.

그리고 K2-18b 관측 결과에서 과학계를 흥분시킨 물질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DMS, 즉 디메틸 설파이드입니다.


또 다른 후보는 DMDS, 디메틸 디설파이드입니다.

지구에서 DMS는 주로 해양 미생물과 같은 생물학적 활동과 관련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5년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K2-18b 대기에서 DMS 또는 DMDS의 화학적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신호를 보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곧바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것인가?”

하지만 과학계의 대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결론이 달라졌다

이 지점이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K2-18b에서 생명체가 발견됐다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화학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과학자들이 논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후속 연구와 독립적인 재분석에서는 DMS나 DMDS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일부 연구진은 관측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이나 파장 구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물질이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흥미로운 신호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DMS인지부터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DMS라고 확인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생명체가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까지 K2-18b에서 생명체가 직접 발견된 것은 아닙니다.

과학에서는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능성이 있다’와 ‘발견했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NASA는 더 가까운 곳도 보고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 탐사는 수백 광년 떨어진 행성만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태양계 안에도 중요한 후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입니다.

유로파 표면은 거대한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얼음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NASA에 따르면 유로파의 지하 바다는 지구 전체 바다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NASA가 보낸 탐사선이 유로파 클리퍼입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이미 2024년 10월 14일 지구를 떠났습니다.

목성 도착 예정 시점은 2030년 4월입니다.

목성 궤도에 들어간 뒤 유로파를 49차례 가까이 지나가며 관측하도록 계획돼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로파 클리퍼가 외계 생명체를 직접 잡으러 가는 탐사선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핵심 목표는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는지 조사하는 것입니다.

얼음의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지하 바다는 어떤 상태인지,

물질의 구성은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즉 질문은 아직,

“생명체가 있는가?”보다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인가?”에 가깝습니다.


조르다노 브루노가 우주의 다른 세계를 상상한 지 40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에는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 가까웠던 질문이 이제는 망원경과 우주 탐사선으로 확인하는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수천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고, 과학자들은 그중 일부 행성의 대기에서 생명체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서는 얼음 아래 바다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화학적 환경을 직접 확인하려는 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발견하는 것과 실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K2-18b에서 관측된 물질 역시 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로파와 타이탄 역시 생명체가 발견된 곳이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조사하는 탐사 대상입니다.

UA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외계 문명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은 바로 이 차이를 중요하게 봅니다.

모르는 것을 곧바로 외계 생명체의 증거라고 결론 내리지 않고, 관측하고 검증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외계 생명체 탐사의 현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아직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과거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인류가 던지는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어떤 행성과 위성에서 어떤 생명 신호를 찾아야 할까”를 묻고 있습니다.

상상의 영역에 머물렀던 질문이 관측과 실험의 대상으로 바뀐 겁니다.

NASA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우주기관과 연구진이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고, 유로파와 타이탄 같은 천체를 향해 탐사선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외계 생명체와 관련한 새로운 발표가 나올 때마다 한 가지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 ‘생명 신호 후보가 발견됐다’, ‘생명체가 확인됐다’는 서로 완전히 다른 단계의 표현입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과학적 발견이 순식간에 외계인 발견이라는 이야기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과학적인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답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혼자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답을 찾기 위한 도구는 어느 때보다 정교해졌고, 인류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세계의 범위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400여 년 전 한 사람이 상상했던 수많은 세계는 이제 실제 관측 대상이 됐습니다.

그 세계 가운데 어딘가에 또 다른 생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앞으로 우주과학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단 하나의 미생물이라도 지구 밖에서 확인된다면 그 순간 질문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를 묻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답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지금 그 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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